
다시 숨을 쉬며
삶의 모든 기억은 오고 또 지나간다.
만물이 들떠 있던 삼월의 봄날 같은 시절도 있었다. 숨이 막힐 만큼 뜨거웠던 한여름의 한낮 같은 날들도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스쳐 가는 바람처럼 지나간 순간들이, 지금 생각하면 참 행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을이 무르익던 날들도 있었고, 살갗이 마를 듯한 한파 속 겨울 같은 시간도 있었다.
60년.
길었다면 긴 시간이고, 짧았다면 짧은 시간이다.
그 시간을 지나온 지금, 나는 내 삶을 있는 그대로 아끼며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참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넘어져 본 사람은 안다.
일어나는 방법을.
땅에 넘어지면 땅을 짚고 일어나야 한다는 것을.
지난 60년 동안 나는 얼마나 자주 땅을 짚었을까.
백척간두에 선 듯 아찔했던 시간들, 숨을 몰아쉬며 견뎌야 했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 시간들이 나를 더 깊게 만들었고, 더 넓게 만들었다.

이제는 먼 산의 평화로움처럼 많은 것을 조용히 바라볼 줄 안다.
돌이켜보면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고 날카로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 마음이 흔들렸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시간 또한 반드시 필요했던 시간이다.
만약 아이가 바로 흰머리의 어른으로 자란다면 그것은 삶이 아닐 것이다.
세상을 마주하고, 수많은 순간을 견디고, 때로는 억누르고, 비판하고, 원망하기도 하면서 한 사람은 자란다.
그래서 그 과정 자체가 아름답다.
봄의 새싹을 보면 설레는 이유를 알고,
무성한 여름을 약속하는 푸른 나무의 겨울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내 삶은 한동안 숨을 참고 있었다.
이제는 길고 깊게 숨을 쉬어야 할 것 같다.
오늘 나는 미루고 미루던 책상을 거실로 옮겼다.
별것 아닌 일이지만, 그 작은 변화 덕분에 이렇게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시작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시작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작은 변화 하나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나를 다시 찾아가는 시간이다.
그동안 애썼다고, 괜찮다고 스스로의 등을 토닥여 주는 시간이다.
혹시 지금 자신을 잘 만나지 못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시간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 모두에게 그런 날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날들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
2026년 5월 31일
<"책상을 거실로 옮긴 작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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